「당선되면 그만인가…선거사범, 성역 없는 수사는 왜 안 되나」
22대 총선 3,101명 입건·1,019명 기소…2026 지방선거도 4,191명 단속
SNS·온라인 플랫폼 허위정보·흑색선전 급증…“당선 여부와 법적 책임은 별개”
짧은 공소시효 속 수사·재판 속도가 선거법 실효성 좌우
선거에서 일단 승리하면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고소·고발이나 절차상 위법 논란까지 사실상 사라지는 것일까.
최근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와 선거 관계자를 둘러싼 고소·고발이 반복되고,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허위정보·가짜뉴스 논란까지 급증하면서 “선거가 끝난 뒤 선거사범 수사가 실제로 얼마나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선됐다는 사실만으로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현행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이 해당 선거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죄 등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을 무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2대 총선, 3,101명 입건…현역 당선인도 14명 기소
2024년 4월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대검찰청 최종 수사 결과는 선거사범 문제가 결코 일부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공소시효 만료일인 2024년 10월 10일까지 총 3,101명이 입건됐고 이 가운데 1,019명이 기소됐다. 구속자는 13명이었다. 제21대 총선과 비교하면 입건자는 2,874명에서 3,101명으로 7.9% 증가했지만 기소 인원은 1,154명에서 1,019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당시 당선인 가운데 152명이 입건됐고 최종적으로 현역 국회의원 14명이 기소됐다. 공개된 수사결과상 기소 유형에는 허위사실 유포·흑색선전, 금품선거, 당내 경선운동 관련 위반, 여론조사 관련 위반, 확성장치 사용, 호별방문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선거 승리는 수사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 이후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와 기소,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별도의 절차가 이어진다는 것이 실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6 지방선거는 더 늘었다…4,191명 단속
지난 2026년 6월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대규모 선거사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선거 직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2월 3일부터 선거일까지 총 4,191명을 선거사범으로 단속해 265명을 송치했고, 당시 3,394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구속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허위사실·가짜뉴스 등 흑색선전 1,365명이 가장 많았고 금품수수 1,050명, 현수막·벽보 훼손 311명, 사전선거운동 270명, 선거폭력 21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 공간의 영향력이 커졌다. 경찰 집계에서 흑색선전 가운데 온라인 관련 단속 인원이 533명에 달했고, AI 딥페이크 등 가짜영상 이용 선거운동 관련 단속 인원도 51명으로 집계됐다. SNS와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선거운동의 핵심 공간으로 자리 잡은 만큼 새로운 형태의 선거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광주·전남도 683명 단속…흑색선전 가장 많아
광주·전남 상황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광주·전남 경찰은 2026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총 683명을 단속하고 선거 직후 기준 25명을 검찰에 송치했다.당시 563명에 대해서는 수사가 계속됐으며, 95명은 불송치 또는 이첩 등의 방식으로 종결된 것으로 보도됐다.
범죄 유형 역시 흑색선전이 293명으로 가장 많았고 금품수수 124명, 사전선거운동 11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에서는 딥페이크 이용 선거운동 관련 5명도 적발돼 이 가운데 1명이 송치되고 나머지 4명에 대한 수사가 당시 진행 중이었다.
이는 단순히 선거 벽보나 현수막, 금품 제공 같은 전통적인 선거범죄에서 벗어나 SNS 게시물·영상·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이 주요 수사 대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2년 지방선거도 3,790명 입건·1,448명 기소
과거 지방선거와 비교해도 선거사범 수사 규모는 상당하다.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3,790명이 입건되고 38명이 구속됐다.검찰은 이 가운데 1,448명을 기소했다.
더 주목되는 부분은 사건 처리 시점이다. 2026년 8월 19일 보도된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지방선거 사건에서 기소 1,448명, 불기소 2,329명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 1개월 이내에 처리된 사건이 전체의 약 64.2%**에 달했다. 공소시효 만료 15일 이내 처리된 비율도 46.8%로 집계됐다고 보도됐다.
선거사범 사건이 선거 직후 즉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가 공소시효 직전까지 수사와 처분을 이어가는 구조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왜 수사가 늦어질 수밖에 없나…‘6개월 공소시효’
공직선거법상 선거범죄는 원칙적으로 선거일 이후 6개월이면 공소시효가 완성된다. 선거일 이후 발생한 범죄는 그 행위일부터 6개월이다. 다만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범한 일정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규정돼 있다.
올해 6·3 지방선거 관련 일반 선거범죄라면 원칙적으로 2026년 12월 3일이 중요한 시한이 된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도 당선 여부를 불문하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기소가 필요한 사건은 공소제기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조기에 송치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결국 지금은 6·3 지방선거 선거사범 수사가 끝난 시점이 아니라 공소시효를 향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고소·고발됐으니 범죄자”도, “당선됐으니 끝났다”도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점도 있다.
고소·고발이나 입건은 범죄가 확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송치 역시 유죄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혐의가 인정되는지 여부는 수사와 기소, 최종적으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통해 판단돼야 한다.
반대로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선거 과정의 위법 여부에 대한 검증이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의 선거범죄에 대해 일정 형 이상이 확정되면 당선을 무효로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선거 결과와 선거 과정의 적법성을 별개의 문제로 다루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온라인 플랫폼 시대…‘먼저 퍼뜨리고 나중에 수사’로 충분한가
특히 최근 선거에서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이다.
이번 지방선거 경찰 통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허위사실·가짜뉴스 등 흑색선전이었고, 온라인 관련 사건과 AI 딥페이크 사건까지 실제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헌법재판소 역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돼야 한다고 보면서도 허위사실 공표는 별도의 문제로 다뤄질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동시에 진실한 사실을 근거로 한 정치적 비판까지 과도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