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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월드뉴스 제공> |
채무자 구제 정책,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가
정부는 채무자와 신용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복지 정책을 추진해 왔다. 신용회복 지원, 채무조정 제도, 정책금융 확대 등 정책의 취지 자체는 분명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의 유무가 아니라 정책 이행 구조의 불균형에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정책이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되더라도,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과정에서 채권자의 협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선언적 의미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부 채권자가 정부 정책과의 협약에 소극적이거나,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대출·회수 정책을 운용하는 경우, 정책의 취지는 현장에서 왜곡되거나 사실상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채무자들은 이른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제도상으로는 보호 대상에 해당하지만, 실제 금융 거래나 채무조정 과정에서는 기존의 엄격한 신용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거나 정책 취지와는 다른 조건이 요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개별 채무자의 도덕성이나 책임 문제로 환원할 사안이 아니라, 제도 설계와 집행 구조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7년 이상 장기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감면하거나 조정하는 취지의 제도를 시행한 것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제도를 믿고 정책 시행을 기다려온 장기 채무자 ‘ㅇ’모 씨는 “제도 시행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협약 체결이나 실질적인 채무조정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제도는 발표됐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영업자 ‘ㅁ’씨는 채무조정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저신용자들이 현실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금리 대출 영역, 특히 "중고자동차 담보 대출"이나 "대부업체 금융"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장기 신용불량자나 저신용자 상당수는 이미 고금리·담보 대출 구조에 묶여 있는데, 이러한 영역에서는 채무 감면이나 조정 정책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결국 정책이 일부 채무자에게만 적용되는 제한적인 제도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채무자 구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한 지원 확대나 제도 신설을 넘어, 정책 참여 주체 간의 책임과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약 불이행 또는 지연에 대한 관리 체계, 정책 기준을 벗어난 금융 관행에 대한 점검, 그리고 고금리·비은행권 금융까지 포괄할 수 있는 정책 연계 방안에 대한 검토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 구제 정책은 일시적인 시혜가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의 중요한 한 축이다.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금융 취약계층과 서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체감되지 않으면서, 서민들에게 이중의 어려움을 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이제는 정책의 ‘발표’나 ‘숫자’가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는 구조와 적용 범위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