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현금 페이백, ‘시장 관행’이 아니라 방치된 탈세 구조다
아파트 미분양이 장기화되면서 분양 현장에서 ‘현금 페이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계약만 하면 수천만 원의 현금이 돌아온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오간다. 문제는 이것이 일부 일탈이 아니라, 전국 곳곳의 미분양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구조적 현상이 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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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현금 페이백은 어떤 법에도, 어떤 제도에도 근거가 없다. 정부가 허용한 분양 정책도 아니고, 공인된 가격 조정 방식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 페이백이 관행처럼 자리 잡은 이유는 단순하다. 분양가를 공식적으로 내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실질 가격을 낮추기 위한 우회로로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미분양이 아니다. 미분양은 경기의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현금 페이백은 선택의 문제다. 그것도 법과 제도를 피해 가는 선택이다. 특히 미분양 특정 세대에 한해, 분양대행사나 모집인을 경유해 비공식적으로 현금이 지급되는 구조는 주택 공급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한다. 이는 ‘마케팅’이 아니라, 명백히 음성적 거래다.
더 심각한 것은 이 구조가 사실상 조세포탈로 귀결된다는 점이다.현금 페이백은 장부에 남지 않는다. 소득으로 신고되지 않고, 비용으로도 투명하게 처리되지 않는다.
시행사, 분양대행사, 모집인, 수분양자 모두가 책임의 경계 뒤에 숨는다. 결과적으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소득은 사라지고, 세금은 증발한다. 대규모 현장일수록 그 규모는 개인의 탈세가 아니라 집단적·구조적 탈세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이런 냉소가 퍼져 있다.“걸린 적이 없다.” “문제 되지 않는다.”
이 인식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이는 단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속이 미치지 못하도록 구조가 짜여 있기 때문이다.
현금 거래, 계약 외 지급, 제3자 경유라는 방식은 적발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감독 기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왜 관계 기관은 이 문제 앞에서 유독 침묵하는가.왜 전국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 ‘개별 민원 부재’라는 이유로 방치되는가.
조세 정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과 사업자가 존재하는 한, 음성적 현금 거래를 통한 이익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현금 페이백이 묵인될수록, 시장은 왜곡되고, 신뢰는 무너진다. 결국 정직한 주체만 손해를 본다.
미분양 해소가 급하다고 해서, 법과 세금의 원칙까지 유보할 수는 없다.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면 제도 안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금 페이백은 계속해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확대될 것이고, 그 끝은 시장 실패가 아니라 공공 신뢰의 붕괴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애매한 경고가 아니다.현금 페이백이 조세포탈의 통로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질적인 점검, 분양대행 구조 전반에 대한 투명성 강화,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제를 문제로 보겠다”는 명확한 신호다.
미분양은 언젠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방치된 탈세 관행은 한 번 뿌리내리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